소리 가득한 집

소리 가득한 집

소리 가득한 집

2014 정림학생건축상 입선
Second Prize, 2014 Junglim Student Architecture Award
@양형원, 이수빈

 

‘THE SPACE’ FOR ME : micro-customization
오직 나만을 위한 작은 공간


 

PHASE 01. Research & Analysis
근미래 산업구조 변화에 관한 시나리오 : 실현 가능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개인 생산 방식과 그로 인해 변화된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리서치와 분석을 통해 예측

PHASE 02. Design Application
선행된 리서치와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특정 대상을 선정하여 그 사람을 위한 생활공간 자체와 그에 따른 필요 가구 및 도구를 선택하여 제안한다.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일반인의 관심을 환기시킨 사건이 있다. 다름 아닌 3D 프린터로 만든 총기가 격발에 성공한 것인데, 이를 둘러싸고 총기 규제에 관련한 법안과 그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의미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짚어 보면, 개인이 생산 활동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을 주목해볼 수 있다. 이것은 과거 소비자와 공급자라는 양분된 구도로 지속되어 온 산업의 기본 속성이 과연 미래에도 지속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점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산업구조는 근대화 이전의 장인들을 통한 맞춤형에서 대량생산화, 그리고 최근의 다품종 소량생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의 기저에는 기술의 발전은 물론, 소비자들의 욕구가 정량적인 것에서 정성적인 것으로 이동함으로써 생겨난 부분이 크다. 다시 말해,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표준화된 상품의 구매가 아닌 나만이 소유할 수 있는 희소성에 좀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정성적 소비행태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고, 더 나아가 소비자는 자신을 위해 최적화된 상품을 요구할 때 ‘정성적 가치’와 ‘정량적 기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맥락에서 사용자 개개인을 위해 철저히 맞춤화된 환경 및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미래의 산업구조는 무엇이 될까? <br>3D 프린터와 같은 자가 생산 방식은 현재 초보적 단계이나, 범용화를 위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전자레인지와 같이 한 가정에 한 대씩 제공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되어 왔다. 세계 최대 유통망 중 하나인 월마트도 10여 년 전부터 이와 같은 자가 생산 방식의 시나리오에 근거해 물류, 유통의 구조가 일대 혁신 또는 급격한 쇠락을 맞이할 것으로 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정림학생건축상은 이러한 근미래의 개인 생산 시대의 전환을 예측하고 준비함으로써 ‘한 개인만을 위해 철저히 맞춤화된 종합적 체계로서의 생활공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이 공간을 형성할 건축적 요소는 물론, 그 안에 놓이게 될 가구와 도구들, 심지어 문손잡이까지도 계획의 범주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개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매우 첨예하지만 동시에 좀 더 섬세한 개념의 인본적 디자인의 시작인 것이다.  
 
김찬중
 
 

세상은 바뀌고 있다. 과거, 누구에게나 좋은 직업이 있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사람들은 끊임 없이 자신만의 ‘천직’을 찾고 있다. 학생들은 적성을 찾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고, 직장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서라도 원하던 공부를 늦은 나이에 새로 시작하는 모습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바야흐로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역설했던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의 시대다. 일이 삶의 목적이자 전부이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고, 일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나이, 전공에 상관 없이 창의력에 기초하여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은 한 사람을 만났다.

The world is changing. In the past, there were some jobs which were thought as the best ones but there isn’t any of those now. People are continuously looking for their own ‘best’ jobs. Students are nowadays doing anything to find their abilities and interests. You can even see employees quit their work to start studying again. That’s because they are all wishing to do what they want. It is finally came. This is the age of Homo Ludens, which Johan Huizinga called the times of playing persons in Homo Ludens. Work is not the final goal of life anymore but the way for happiness. Therefore we met a person who is living her life to do what she really want regardless of age or majors but using her own creativity in this society of playing work and working play.

건축주는 사학과 졸업 후 영화 음악 작곡가로서의 길을 걷기로 했다. 자신의 전공은 아니나, 평생 자신이 가질 직업이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오랜 바람에서다. 그러나 리서치 과정 중 알게 된 대부분의 음악 감독이 가지는 작업실 환경은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기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음향적인 측면을 비롯해 개인을 위한 고려까지도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공연장 및 극장에서 울려 퍼질 선율의 시작은 결국 사방이 갇힌 사각의 방 안이었다.

A client we met decided to be a film music director after graduating the school of History. As though it was not her major but she always wanted to do something about music as her job for the rest of her life. But we found out that most of spaces film music directors have are not that fascinating although they spend most of their time and effort in there. Their workrooms were not designed and depended on sound architecture nor their own preferences. People enjoy beautiful sound in the hall of future technology but it was first created in the small, closed cube room.

이 프로젝트는 만약 취미의 연장선으로서의 직업을 가진 건축주에게 생활 패턴과 취향뿐 아니라 그가 다루는 소리에도 최적화된 공간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의 창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출발한다.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의 갈래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건축주의 직업과 관련되어 필요한 조건을 제공하고, 건축주 개인의 특성에 최적화된 기준점을 설정하여 그에 종합적 체계로서 맞춤화된 공간을 제시한다.

This project focuses on providing space that is best designed for sound she deals with in addition to the client’s life style and preferences. If this is possible, that would help her create music which is not able to be seen. This project has two main themes. We tried to give conditions for her job and considered her likes and dislikes. So this space can fit the client perfectly.
 

사학과에 진학해 이제 막 졸업식을 끝내고 사회로 한 발짝 내디딘 그녀. 그녀의 직업은 교수도 기자도 아닌 영화음악 작곡가이다. 음악이 아닌 다른 공부를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꿈에 대한 생각으로 설레는 표정이었다. 사학과에서 공부하며 오히려 음악 전공생들은 쌓지 못한 인문학적 지식을 깊이 쌓았으며 그러한 배경은 그녀만의 능력으로 탈바꿈하여 개성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까지 관심이 컸던 취미를 마침내 직업으로 이어나가는 그녀는 전공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면모들을 갖추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 그녀는 영화를 감상으로 한 번, 분석으로 한번, 총 2번 이상씩 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는데, 이와 같은 부분에서 그녀의 취미생활이 직업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녀 자신은 이것을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취미생활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방에는 항상 책이 있으며 집에서도 책을 즐겨 읽는다. 책과 음악은 둘 중 어느 것이 그녀에게 더 우선이라 할 것 없이 그녀의 생활과 직업에 함께 직결된다.

첫 만남에서도 어색함을 내비치지 않는 그녀는 매우 쾌활하고 활달한 성격이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즐기는 그녀는 SNS의 게시글도 대부분 지인들과의 사진이며 친한 친구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음악에 처음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도 사람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음악과 관련된 직업분야 중에서도 영화음악을 선택한 데에는 사람들과 밀접하게 관련한다는 이유가 컸다. 그녀가 손에 꼽은 영화들은 모두 인문학적 우수성이 엿보이는 영화들이다.

작업 공간에 있어서는 아직 본인의 작업실을 따로 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용하는 기기에 있어서도 비교적 간소한 편이었으나 음환경에 관하여 더 깊이 고려된 공간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필요하다고 언급한 도구들 중에서도 그녀는 여러 기기들로 인해 부족해진 생활 영역을 보완하기 위하여 침대에서 독서 등의 여가를 할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을 꼽았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작곡가들을 위한 환경에 대한 고려는 현재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은 상태이며 이러한 상황은 그녀의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보인다.

작업 이외의 시간에는 보다 외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자유로운 드나듦이 가능하고, 자연광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파악하였다. 또한 평소에도 음악 감상이 잦고 빗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등의 면모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는 늘 떠오르는 것들을 메모장에 펜으로 적어 남긴다고 말하며 익숙한 방법을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으며, 휴대폰의 커스터마이징 형태나 개인 생활 공간의 배치나 이용에 관해서도 익숙한 것 그대로를 사용하는 것을 즐기며 되도록 바꾸지 않는 편임을 보여주었다.

어느덧 3D Printer 기술의 상용화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피자도, 총도, 심지어 프린터 자체도 ‘인쇄’한다. 그로 인해 대량생산되던 기성품의 수요는 감소하고, 기계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게 되면서 노동력의 필요성도 함께 줄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가오는 새로운 사회의 경제구조는 개인의 창의적인 역량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이에 적합한 건축주를 모색 중에 미리 닦여진 길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퍼스널 브랜드(Personal Brand)를 구축하고 있는 현서원 씨를 만났다.

건축주는 사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음악 감독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딘 사람이다. 생활공간과 직장이 크게 분리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 건축주에게는 두 가지 기능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활발한 성격의 그녀는 햇빛과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원했지만, 작업 환경은 외부와 차단되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이 집중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랐다. 그렇기 때문에 한 공간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갖춰야 할 요소들을 파악했다.

영화 음악 감독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작업 공간은 ‘소리’에 주목해야 했다. 건축음향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부분들을 공부했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동일한 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공연장 설계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건축음향설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되었다. 소리의 집중은 공연장 설계 시 기피되는 현상 중 하나이나, 한 사람을 위한 작업실에서 소리가 모인다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된다. 소리를 모으는 가장 단순한 형태인 돔에서 시작하여, 공간이 구축되었다.

막 구조는 생활 공간에 햇빛을 직간접적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리고 소리를 모으는 돔 구조의 구현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구조로써 선택되었다. 작업을 위해 필요한 반사재와 흡음재를 갖추고, 영화 감상과 음악 작업이 이루어질 디스플레이를 배치하는 것부터 시작해 햇빛을 들여와 사용자가 독서와 음악 감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까지, 작업은 건축주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함께 이루어졌다.

19세기 중반,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회화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회화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손으로 그린 그림’은 오히려 더욱 뜨겁게 사랑 받고 있다. 또한 TV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영화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 역시 현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가 활동 중 하나이다. 그 때문에 3D Printer를 포함한 수많은 첨단 기술들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우리의 일상이 180도 새로운 무언가로 바뀔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더욱 창의적이며 사람다운 것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근미래의 건축은 누가 얼마나 더 기괴한 모양의 건물을 세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신기술을 이용하여 얼마나 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 하는 데에 그 의의를 두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본 프로젝트는 건축주에게 부족한 것을 메우고,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60 ㎡의 공간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하나가 생활영역, 나머지 하나가 작업영역이다. 생활영역은 주로 독서, 휴식, 외부인 초대, 취침 등의 행위로 사용되며, 작업영역은 주로 작곡, 음악 감상, 영화 감상, 바이올린 녹음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작업영역은 외부와 접하지 않고 있으나, 생활영역의 경우 개폐형 창을 통하여 외부로의 노출이 가능하다.

외부로부터 개폐형 막을 통해 공간에 진입하면 일상 생활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바닥 아래로 책꽂이가 숨겨져 있어 어느 때든 침대에서 바로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바깥을 향하도록 티테이블과 간단한 조리대가 위치하여 있으며 책장-테이블-침대가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그녀의 일상적 생활에 편리를 더한다. 그녀가 주로 하는 독서와 휴식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중앙의 나무데크 바닥을 따라 걸어가면 그녀가 언급했던 것과 같이 마치 할아버지의 문구점 비밀공간에 들어가듯 작업실이 위치해 있다. 둥근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녀가 앉는 지점으로 소리를 집중시키는 음악작업실이 있다. 그녀가 앉는 곳에 가장 알맞도록 음향이 설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그 위치와 크기가 맞추어 고려되었다. 이곳에서 그녀의 영화 감상과 음악 감상 및 작곡 작업이 진행되며, 사람들을 자신의 공간에 초대하기를 즐기는 그녀의 성향에 따라 여러 사람이 앉고 누울 수 있는 크고 길다린 소파를 배치한다. 그 뒤 작업실의 일부 공간은 전후면의 내피가 다르게 설정되어 바이올린 녹음환경으로 사용하기 적합하다.

이렇듯 생활영역과 작업영역은 미닫이 문을 통하여 나뉘어서 쓰일 수도 있고, 문을 열고 한 공간으로서 인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간은 철저히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구성되었으며, 작은 공간인 만큼 그녀 한 사람의 시선에서 세밀하게 조정되었다.

아라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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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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