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선, 면과 타이포그래피가 만날 때

점, 선, 면과 타이포그래피가 만날 때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익숙해진 이미지들이 있었다. 정림건축에서 내놓는 많은 수의 포스터들이었다. 과감한 타이포그래피는 선으로 읽히기도 했고, 건축적인 형태로 읽히기도 했다. 굵은 선이 포스터를 가로지르자 때때로 그것은 도면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래서 정림 건축의 디자인팀이 건축적인 포스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포스터에 그치지 않았다. 정림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건축 신문과 정림에서 주최하는 건축학교에도 동일한 느낌의 타이포그래피가 쓰였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정림건축의 시각적 디자인 결과물이 곧 정림건축의 이미지를 제시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내가 정림 건축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각 디자인들이 정림 건축 디자인 팀이 아니라 studio fnt라는 회사의 작품이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빔이 오늘의 건축가로 studio fnt의 홈페이지 링크를 카톡방에 올려줘서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니 studio fnt는 정림건축이 관련된 일 말고도 건축적인 분야의 시각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작년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로 진행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 상을 받고 전시되었던 SoA의 지붕감각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변모해 도록에 실렸다. 어떤 건축이 들어설 때 수많은 검토와 과정을 거치는 탓에 점점 건축가에겐 무거워지기 마련인 프로젝트를 간결한 선과 색으로 가볍게 들어 올려준 느낌이었다.

건축을 완성하는 또 다른 마침표는 signage다. 말 그대로 건축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 보여주는 신호들인데, 보통 주택보다는 상업시설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좋은 건물에는 좋은 사이니지가 함께해야 한다. 그리하여 사용자들은 처음 들어서는 공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건축설계를 하는 건축사사무소에는 사내 팀이든, 협력업체든 디자인 팀이 반드시 협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라운드어바웃은 좋은 예가 되고 있는 듯하다.

 

2006년 11월에 만들어진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fnt는 다양한 인쇄 매체와 아이덴티티,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에 이르는 여러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유하는 생각의 단편들(thought)을 조직적이고 유의미한 형태(form)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결과를 제안합니다.
─studio fnt의 웹사이트에서

 

studio fnt가 많은 건축 쪽의 작업을 했다고 해서 꼭 그쪽 일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늘 소개되는 건축 관련 디자인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그들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기반인 회사로, 얇은 선들과 과감하지만 단순한 색의 조합이 눈에 띈다. studio fnt가 진행할 프로젝트 중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여럿 있었다.

 Megabox Package Design

Megabox Package Design

이전의 메가박스에서 전혀 다른 브랜딩 콘셉트로 변모했을 때, 간결한 선들과 톡톡 튀는 색의 조합이 신선하다고 느꼈다. 기존의 다른 영화 배급사가 가지고 있는 화려하고 입체적인 이미지를 제시하지 않고 꽉 눌린 듯 간결하고 매트한 이미지를 제시했는데 색의 조합 때문인지 지루하지 않았다.

 
 jtbc Logo Design

jtbc Logo Design

jtbc의 로고는 오직 한 가지의 곡률을 가지고 그 형태가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타이포그래피를 줄곧 다루던 회사라서 그런지 그 노하우가 뛰어나다. 알파벳을 직선과 한 가지의 곡선만 가지고 표현한 경우는 드물다.

 
 Sulwhasoo Printed Matter

Sulwhasoo Printed Matter

설화수 패키지는 더 이상 고급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양한 명암들이 중첩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간결하고, 단순하며 있는 것은 오로지 색과 패턴뿐이다.

 
칭찬받고 싶은 건축가들

칭찬받고 싶은 건축가들

작지만 다양한 면을 가진 장소

작지만 다양한 면을 가진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