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을 가로지르는 푸른 물길

한양을 가로지르는 푸른 물길

엄마는 내가 꼬마였을 때부터 동대문에 있는 가게에 다녔다. 방학이 되면, 나는 곧잘 엄마를 따라 가게에 나갔고 엄마의 옆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렸다. 아직 동대문운동장이 있었던 때였고, 그 앞에는 온갖 것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파는 상인들이 있었던 때였다. 가게에서 조금 걸어나가면 시끄러운 고가도로가 나왔다. 도로는 넓었고, 차가 굉장히 많았고, 초록불이 꺼지기 전에 얼른 엄마를 따라 뛰듯이 건넜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곳은 천이 아니었는데, 청계천이라 불리었다.

서울에는 옛 지형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름을 몇 군데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뚝섬이 그렇고 난지도가 그렇다. 이제는 섬이 아닌 곳들이지만, 아직도 섬의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청계천 또한 그런 경우 중 하나였는데, 더 이상 개울이 아니었고 그 위를 고가도로가 점령하였지만 우리는 그곳을 청계천 고가도로라고 불렀다.

이명박이 서울의 시장이었던 시절, 청계천이 복개되었다. 복개라는 말이 알맞은 지는 모르겠다. 운동장처럼 넓게 느껴지던 도로가 없어지고, 천의 형태를 띤 도시 공간이 나타났다는 면에서는 복개가 맞을 터이지만 결국 청계천은 인공적으로 물을 뿜어내는 분수와 다를 바가 없다는 면에서는 복개란 말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전자의 의미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청계천 공사가 끝나고, 많은 뉴스에서 청계천에 대해서 보도했던 기억이 난다. 청계천이 고가도로였을 때에도, 하천으로 다시금 변신했을 때에도 엄마의 가게는 동대문 근처였기 때문에 오다가다 건넜던 그 길목에 대해서 말하는 뉴스에 관심이 갔다. 주로 온갖 걱정과 우려에 대한 뉴스였다. 특히 청계천 주변에 억지로 끼워 넣은 보도는 너무 좁아, 몇 걸음마다 한 번씩 가로수와 정면으로 부딪혀 매우 불편한 것에 크게 공감한다. 물론 이렇게 큰 사업이 시장의 임기 기간 내에 모두 계획되고 공사가 진행되어 끝났다는 점에서 그것이 건전하지 못한 정책이었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청계천을 따라오는 많은 우려와 걱정,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역시 다시 천으로 돌아온 청계천은 서울의 옛 도심 지역에 나타난 새로운 숨이었다. 도시가 숨을 쉴 수 있는 길이었다. 기존의 청계천이 아예 고가도로로 덮이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래도 역시 선택하자면 고가도로보다는 지금의 청계천이 더 좋다. 비록 청계천 고가도로의 삭제로 인해 도로는 막히고, 돌아가야 해도 뚜벅이인 나는 가끔씩 청계천에 내려가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사대문 안에는 이미 산책할 만한 길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아니, 산책 여부를 떠나서 청계천의 너비만큼의 공간이 비어있을 수 있으니 좋다. 옛 한양의 땅은 너무 빼곡히 들어차 숨이 막힐 지경이었으니까.

다음에 종로에 나갈 일이 생기면, 청계천을 걸어야겠다.

도시의 숨이 지나가는 곳

도시의 숨이 지나가는 곳

공원에서 책을 펼치다

공원에서 책을 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