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분노를 대신 잠재워 줘

내 분노를 대신 잠재워 줘

그래,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나에게 잘못 몇 가지를 했다고 해서, 누군가가 죽어야 할 당위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알고 있다. 나를 화나게 했다고 해서, 내가 상대방을 죽이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참고 있다. 사회에서 나에게 가하는 부당한 차별에 대하여 또는 내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의 잘못에 대하여.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나를 찾아줘>, 이 두 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게 한 상대방(그것이 사회든 회사 상사든 애인이든 간에)에게 시원한 어퍼컷을 날려주는 이야기다.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혹자는 이것이 미친 여자 두 명에 대한 이야기라고 폄하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나를 찾아줘>가 영화화되었을 때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와서 나에게 '이상한 여자'에 대한 영화라고 스포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처음 펼칠 때, 여자가 범인임을 알고 보게 되었지만 그것이 재미를 반감시킨 것은 아니었다. 아, 이것 또한 스포일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하여도 역시 한 번 읽어볼 만하다.

두 이야기 모두 단순한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히진 않는다. 두 소설은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전개된다. 두 사람의 입장을 다른 시간 순으로 전개해 나간다. 그러니까 여자의 옛이야기와 남자의 현재 이야기가 중첩되며 그려지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느 순간 여자의 입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는 끝부분에 이르러서 제발 여자가 잡히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죽이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죽이는 일은 천지 차이예요. 누군가를 죽이는 것과 죽이고도 잡히지 않는 건 더더욱 천지 차이이고요.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분노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 한 번 펼쳐보길 권한다. 나 대신 주인공은 많은 사람들을 대신 괴롭혀 준다. 내가 하지 못하는 짓을 스스럼없이 저질러 준다. 가끔 생각이 복잡해서, 나에게 교훈을 잔뜩 주는 에세이와 전공책에서 벗어나서 가볍게 마음과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러한 책들을 미국 감성의 책들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미국에서 이렇게 이야기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인다. 그들은 아무래도 한국보다 더 자유로운 나라이고, 더 많은 차별이 종류별로 존재하는 나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이야기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우리는 미드를 보며 쉽게 느낄 수 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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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입은 활자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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