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기록

직업의 기록

우리는 어린아이들의 꿈이 모두 연예인인 시대에, 많은 청년들이 꿈을 접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직업의 개수는 만 개가 넘는다던데, 한 두 가지의 직업군으로 모든 사람이 몰리는 이 사태를 바라보기가 약간은 불편하다. 우리는 왜 몇 가지의 직업만을 후보로 두고 있는 것일까. 정말 모두가 원하는 그 직업들이 최고의 직업이기 때문일까.



중학교 선생님인 작은 엄마는 그녀의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 종종 이야기한다. 방학이 있고, 공무원이니 걱정이 없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좋기만 한 직업은 아니라고 하시는 걸 보니, 모든 선생이 하나 같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친구 중 몇 명은 공무원이 되었다. 공무원이 되면 언제나 6시에 칼퇴근을 하고, 주말 출근은 딴 세계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옆에서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야근과 주말 출근은 그들에게도 존재했고, 많은 민원인들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우리는 연예인들이 CF 따위로 버는 수억의 돈들을 부러워하지만, 그 직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성공하는 몇 명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함을 이미 알고 있다. 오히려 타고나는 재능에 따라 성공 여부가 크게 달라지는 직업이라 때로는 더 서글프다. 열심히만 하면 언젠가 될 것이라는 위로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이 책, 응급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인 남궁인 작가가 쓴 만약은 없다는 응급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응급민들을 진지하게 털어놓는다. 의사면 막연하게 '좋은 직업이 아닐까'하고 기대하는 환상은 무참히 박살 낸다. 쉽지 않은 의사로서의 순간들을 적어내려 갔다. 기록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견디기 힘든 감정들을 내려놓기 위한, 살기 위한 기록이다.

누군가에겐 자유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유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 <만약은 없다>, 남궁인

결론적으로 이제 와서는, 완벽한 직업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직업이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고, 또 그만의 보람이 있을 터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어떤 직업이 좋다고 또는 나쁘다고 판단한 권리는 없다. 직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그 직업에 임하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좀 더 많은 직업에 대해서 알면 어떨지.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진솔하게 기록해주었으면 좋겠다. 가감 없이, 자신이 느끼는 바 그대로의 직업에 대해서. 그렇게 만 개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천 개의 직업만이라도 무얼 하며 사는지 알게 된다면 모두 다 천편일률적으로 하나의 직업을 향해 돌진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직업의 기록은 본인에게는 아주 작은 일이지 몰라도, 많은 기록들이 모이면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브런치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글들을 받아보고 있다. 더 듣도보도 못한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받아보고 싶으나, 결국 이곳에도 몰리는 직업군들이 있다. 다들 무슨 일로 돈을 벌고 사시는지 궁금. 아마도 일을 끝내고 나면, 일에 대해선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기록하지 않게 되는 것일지도.

영화 읽어주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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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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