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

알쓸신잡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사뭇 긴 이름의 예능의 예고편을 보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다. 나영석 PD의 <윤식당>이 이미 한 차례 인기몰이를 한 직후라서 더욱 그랬다. 입에 착 감기지 않는 제목과 유명 배우가 아닌 캐스팅에 식상한 여행 콘텐츠라니.

그래도 난 보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로 이미 정재승 교수와 김영하 작가의 강연을 한차례씩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 둘 모두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에 기억에 남는 말들을 나에게 남기고 갔던 사람들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꽤 기대가 되는 프로였다. 나 외의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런데 이게 웬걸. 알쓸신잡을 보느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여자들이 내 주위에 꽤 많이 있다. 모두들 한 두 번 이상은 본 적이 있단다. 심지어 챙겨보기까지. 뇌섹남을 좋아하는 여자들만 보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TV 프로그램 선택에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우리 아빠마저 재밌게 만들었다며 즐겨 보니까. 

그래서 오늘은 적어본다. 알쓸신잡에 대한 개인적인, 쓸데없는 이야기들.

 
01

여수, 순천 여행을 다녀왔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다섯 명이었다. 또 정말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행선지도 여수와 순천이었다. 우리는 선암사를 다녀왔고, 이순신의 거북선 모형 안을 걸으면서 안내표지판을 열심히 읽었다. 함께 여행 다닌 것이 몇 년인데, 모두 그렇게 안내표지판에 흥미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저녁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도 그렇게 여행을 하자고 했다. 지역을 하나 정하고, 따로 공부해서 오자고. 그래서 돌아다니면서 공부한 내용을 말해주자며. 알쓸신잡 우리끼리 찍자고. 과연 가능할까? 다음 목적지는 서산이다.

 
02

엄마는 매일 8시만 되면, TV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JTBC를 틀고 본다. 틀어 '놓는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엄마는 미어캣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손석희 앵커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아빠가 그렇게 좋냐고 물으면, 엄마는 그렇게 좋다고 대답한다. 그런 엄마가 알쓸신잡을 보고 반하지 않았을 리 없다. 

오늘 아침, 엄마는 육개장을 식탁으로 가져다주며 말했다.

"육개장은 민중의 음식이야."
"응?"
"이렇게 고기를 우려서, 야채와 함께 끓인 거지. 고기로 만든 것 중에 가장 민중을 닮은 음식."
"엄마, 지금 알쓸신잡이야?"

나는 엄마의 육개장을 평생토록 먹어봤지만, 엄마는 오늘에서야 육개장이 민중의 음식이라며 마치 황교익 칼럼니스트처럼 말했다. 한참을 웃었다. 

 
03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공유는 어떻고, 송중기는 어떻고, 또 현빈은 요새 어떻더라 말하느라 바빴을 텐데 요새는 다들 사람 보는 눈이 바뀌어서 똑똑한 남자가 좋단다. 김영하 같은 남자 어딨냐고. 사실 좀 잘생기지 않았냐고.

모두들 같은 생각인지 리디북스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당당히 <오직 두 사람>이 차지하고 내려오지 않고 있다. 나도 혹해서 조만간 읽을 것 같다. 김영하 작가 말투와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친구로서의 글쓰기

친구로서의 글쓰기

또 지나쳤다

또 지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