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거운 순간

 

마음이 무거운 순간

난 강의 북쪽에서 산다. 5살 때부터 지금 사는 곳에서 살았다. 그러니까 이제 정말 만으로 20년을 채운 셈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네에서 나왔고, 학교도 심지어 가까운 곳으로 다니고 있다. 집을 향해 가지게 되는 애착이 정주성에서 나온다면, 난 정말 충실히 정주성을 지키면서 애착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다. 떠날 생각은 없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한 번도 강남에서 살아야 한다거나 살고 싶다거나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강남이 좋지 않은 동네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좋아서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때로 불편할지는 몰라도(사실 역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갈아타야 하는 것이 약간 불편하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산다.) 익숙하고 나에게 맞는 장소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남의 환경이 강북보다는 어떤 면에선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강남 3구 중 하나인 서초구(사실 글을 읽고 알았다.)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좋은 점 딱 하나를 뽑자면 서초구 공공자전거가 있다는 것 정도. 교통이 불편한 것을 조금 해소해 준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살아야 할 장소가 그곳이라고 여기고 있진 않다. 그곳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강북이 가지고 있으니까.

난 너무나 당연히 그리 여겨왔나보다. 페이스북에서 본 어떤 이의 게시글이 좀처럼 뇌리를 떠나가질 않는다. 나에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었다.

나와 같은 지역에서 사는 그는 인생의 목표가 강남 3구, 그 중에서도 서초구 반포 2동에 사는 것이었다. 강남에서 살고 싶은 이유는 소위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계층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싶다 했다. 평범하게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돈을 벌면서 살면 평생 비참한 신세를 한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강남의 초고층 서초구 아파트에서 아내를 안착시키고 돈만 부쳐주면서 집에 자주 들어가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했다. 그것이 꿈이고, 목표이고 원하는 삶이라면서.

그가 불쌍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고, 그가 불행하게 보였으며 안쓰러웠다. 현재의 자신을 비참한 신세라고 말한 것과 다름 없었다.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왜 강남에서 사는 사람들이 뭔가 다른 존재인양 여기는 것인지, 그 잣대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주위에 그 강남 3구에 속하는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그들도 인생의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에 부딪히며 살고 있다.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그저 그들이 살고 있는 장소가 강의 남쪽 어느 부분일 뿐이다. 소위 잘 사는 사람들이 내보이는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혹한 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무엇을 보고 어떤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마다 물론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다름을 알지만, 그 가치가 남의 시선에 의존해 있다면 그것은 필히 불행한 일이다. 자신의 세상이 모두 바깥을 향하고, 내면이 텅 비어버린 사람이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 봤을 때 누가 남아 있을까.

그와 내가 이 동네에서 함께 보냈던 시간이 떠오른다. 마냥 착하고, 순진했던 그 친구가 7년이 지난 지금, 내가 발견한 가장 세속적이며, 잘못된 색안경을 쓴 안쓰러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지금 스스로 만든 그 잣대가 끝없이 커져서 어느 순간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될 때 발생하는 열등감은 너무나 큰 고통이 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무거운 순간이다.

마감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