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나는 감정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그것이 기쁜 일이어도 오래 기쁘고, 슬픈 일이어도 오래 슬프다. 오래 기쁜 것은 좋지만, 안 좋은 감정까지도 계속 가지고 가야 할 때에는 왜 이리 난 미련한가 싶다. 묵직하게 무거운 심장을 며칠이고 견뎌야 겨우 감정이 밀려난다.

이런 사람으로 살다보니 어떤 노하우도 생겼는데, 그것은 남에게 털어놓는 일이다. 어떤 이에게는 쉬운 일이 왜 그리 나에겐 어려웠는지. 참고, 참고, 또 참다가 결국 나 지금 힘들다고 털어놨다.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는 순간 짐을 나눠든 것 같아서 조금씩 나아지는 감정을 발견했다. 이래서 다들 소주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자신의 힘듦을 나누는 구나 싶었다.

어떤 경우에는 털어놓지 않고도 치유 받은 때가 있었다. 밤에 자려고 누울 때마다 '이제야 하루가 지났구나, 내일은 또 어떻게 버티지'라고 생각하며 심호흡을 쉬며 살아있음을 확인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땐 무려 20명이 넘는 사람들과 일주일 간 여행을 떠났다. 난 일주일 간 단 한 순간도 혼자인 적이 없었고, 언제나 시끌벅적하게 지내면서 밤에는 매일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 고민도, 자책할 틈도 없이 먹고, 움직이고, 잤다. 그러다보니 여행이 끝나는 시점에는 나의 자책이 대수인가 싶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고민에 빠질 때가 나에게도 있었는데, 나는 고민을 객관화하여 그 고민을 얼른 나에게서 내보내려 한다. 사실 '오늘 뭐 먹지'에서부터 '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대답까지 그 모든 고민은 결국 어떠한 선택지를 우리에게 내놓는다. A 아니면 B이다. 그러면 그 이유까지 우리는 발견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조금 더 결정이 쉬워진다. 마지막까지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에는 내가 어떠한 선택지를 택했다고 상상해 보면 답이 나온다. A를 선택했을 때 B를 가지지 못한 게 아쉬운지, B를 선택했을 때 A를 가지지 못한 게 더 아쉬운지 아쉬움을 잰다. 무엇을 더 원하는 지는 재기 힘들지 몰라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떠한 선택으로 힘들어질 지는 조금 더 쉽게 파악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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