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존경할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은 참 규칙이 없이 와요. 머리를 감을 때, 버스에 앉아서 바깥을 쳐다볼 때, 책을 덮고 이제 자려고 누울 때 같은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그때입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지나간 순간들을 그대로 기억해 냅니다. 그래서 '떠오르다'라는 표현이 있는 것일테지요.

당신도 이미 알고 있지만, 저는 대화들을 기억하곤 합니다. 당신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저조차도 신기합니다만 다른 것은 쉬이 잊곤 하면서 대화의 맥락은 꽤 정확하게 기억하곤 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상대방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 그게 저에겐 꽤 중요한가봐요.

오늘은 바로 3번째 종류의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책을 덮고 누우려는데, 아마 책의 내용 탓이겠지만 당신이 생각났어요. 우리는 때때로 우리 자신에 대해서 심도 있게 분석을 하곤 합니다. 사실 이것은 당신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대화 주제이기 때문이죠.

조금은 기분 나쁠 만도 한데, 투덜거리는 나의 불평에 언제나 당신의 대답은 같습니다. 그렇게 변하겠다. 앞으론 그러지 않겠다. 반성한다. 참 줏대도 없이 쉽사리 자기 자신을 바꾸겠다는 말을 자존심도 내세우지 않고, 고민의 흔적도 없이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간 순간들이 모습을 바뀌어서 다시 돌아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제가 알아챕니다. 나의 한 마디를 기억하고 있고, 그래서 그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을까요. 불평을 쏟아내던 내가 부끄러워집니다. 동시에 당신을 존경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 때문에요. 아마 나를 만나기 시작할 때 새하얀 도화지였다는 장난스런 당신의 말이 진짜인가봐요.

남자친구 사진 찍어주는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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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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