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바

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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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생긴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일정한 규모의 빈 공간. 그러면 나는 서재를 만들 거야. 창을 등지고 마호가니 책상이 있어야 하고, 빛이 드는 곳에는 가죽 안락 의자를 놓을 거야. 날 위한 서재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와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어도 좋겠어. 좋은 노래들을 은은하게 틀어 놓아야지. 책들을 아주 잔뜩 가져다 놓고 싶어. 주말이면 그곳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을 거야."

사고 싶은 물건 말고, 벌고 싶은 액수 말고, 가고 싶은 장소 말고, 되고 싶은 사람 말고 우리는 갖고 싶은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빔은 답했다. 빔은 그 공간을 바(bar)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멋들어진 술장을 놓고, 예쁜 병에 담긴 술을 가득 채워놓고 따뜻한 색의 빛 아래에서 재즈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그곳을 빔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빔이 빔바의 캡틴이 되어서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면, 난 너무 매일 가고 싶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단골이 되어야지. 키핑을 왕창 해놓아야지. 추측건대 그 즈음이 빔바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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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에 썼던 글을 들춰볼 일이 있어, 다시 한 번 읽다가 빔바에 대해 쓴 내용을 발견했다.

친구 빔과 저녁을 먹다가 내가 문득 물었다. 평소에 빔은 언제나 자신만의 작은 바(bar)를 가지고 싶어 했는데, 어느 날 선물처럼 진짜 작지만 훌륭한 바가 생긴다면 그 이후엔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빔은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느 날 멋들어진 서재가 생긴다면, 신이 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몇 번이고 파티를 열 테다. 그 이후엔 책 읽을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데리고 올 것 같기도 하다. 좋은 것은 나눌 때에 더 좋아지니까.

빔바, 혹은 나의 작은 도서관이 생긴다면 무엇을 먼저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상상이었다. 사람들을 초대해야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같이 좋아해 주면 진짜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 주, 빔바 오픈 파티들이 있었다. 글을 업로드한 지 5개월 만이다. 심지어 파티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빔바를 이미 방문한 사람도, 오기로 예약이 되어 있는 사람도, 아직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다. 작년 11월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한 5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들이 5개월 후에 내 눈앞에 나타났다. 자꾸 말하니까, 금방 생겨버렸다. 말의 힘이다.

그리고 나는 며칠 전 다시 빔에게 물었다. 파티를 여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건축 때려치고 불특정다수를 위한 정식 바를 운영하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어떡하긴 뭘 어떻게 해. 하고 싶은데, 또 엄청 열심히 해야지. (물론 그렇다고 지금 진짜 건축을 때려치겠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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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바는 그래서 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약제 바. 안주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 빔과 내가 준비하고 손님들은 술을 들고 오면 된다. '오씨, 이걸 다 먹을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들고 오면 결국 다 먹어치우거나 겨우 키핑이 가능한 정도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우리는 더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요새 듣는 노래와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면 좋다. 이곳이 취향을 나누는 장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p.s. 취향의 두 번째 뜻을 모두 아시는지?

자유로울 것

자유로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