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나쳤다

또 지나쳤다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나는 정말 자주 역을 지나친다. 이 정도 빈도라면 이건 실수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가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

어제의 일이다. 퇴근하고 버스를 탔는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니 잠실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나의 회사는 성수동이요, 나의 집은 건대라 강을 건널 일은 원래는 없다. 옆으로 지나치는 밤의 한강을 건너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잠실대교를 건너 기념으로 롯데월드 타워 사진을 한 장 찍고 다시 길을 건너 반대편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에겐 차마 창피해서 퇴근하는 길에 강을 두 번이나 건넜다고 말하지 못했다.

오늘 일이다. 목동으로 외근을 나가는데 원래 나의 목표는 종합 운동장 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 염창 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꽤 일찍 나와서 가는 길에 커피도 한 잔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잠실에서 지하철을 타서 종합운동장 역으로 향하는데 또 고개를 들어보니 삼성이다. 아, 또 지나쳤다. 그 와중에 다행인 것은 삼성역은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반대편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것. 다시 종합운동장 역으로 돌아가 9호선을 타고 현장으로 향하니 시간이 딱 맞았다. 난 일찍 나온 것이 아니었나 봄.

방금의 일이다. 뚝섬에서 지하철을 타고 건대로 향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구의. 구의에선 집으로 가는 버스가 마땅치 않아 걸어야 한다. 그래서 내려서 걷기 시작한다. 다 내 업보려니 하는 마음으로 걷는다. 아직 날씨가 무덥지는 않아서 걸을 만하다. 운동도 되고 좋지, 뭘.

 

나에게 이렇게 일탈을 안겨주는 수많은 웹툰들에게 경의를. 집중해서 기사를 읽게 하는 많은 뉴스들에게 박수를.

그나저나 다른 분들도 이렇게 바보 같은 행동을 곧잘 하는지? 이동수단 안에선 집중을 못 하는 건지, 다른 매체에 금세 빠져버리는 건지 긴가민가하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또 돌아간다.

알쓸신잡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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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보고, 나는 어디로 도망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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